2021년 리뷰이후 오랜만에 찾아온 리뷰 블로그
2022년 상반기. 나는 정상 휴직 기간보다 3주 정도 일찍 일상에 복귀했다. 성공적인 일상 회복을 주목표로 설정한 채로 상반기에 뛰어들었다. 휴직 기간에는 ‘나’ 스스로에 집중하면서 삶을 온전히 통제하는 데 집중했다. 복귀한 시점부터는 온전한 ‘나’는 없었다. 회사와 일과 나를 끊임없이 얼라인* 해야 했다. 1년 넘게 일에 나를 얹거나, 나에게 일을 얹는 삶을 살아서 금방 동화될 거라는 자신은 있었다.
가장 먼저 나의 휴직 생활과 회사 생활 자체의 얼라인이 필요했다. 5주 동안 편한 삶에 익숙해진 몸을 사회생활용 몸으로 만들어야 했다. (물론 우리 회사는 출퇴근부터 근무 조건이 아주 자유롭다.) 나만 편한 상태로 있을 수 없고, 내가 편한 상태로 있다는 것을 동료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긴장됐다.
그래서 공식 복귀 신고 이후 한 주 정도는 이곳저곳 쏘다니면서 한 달간 팀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파악하고 다녔다. 내가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문화나, 새롭게 합류해주신 팀원을 파악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나의 복귀를 응원해주셨고, 그리고 ‘기다렸다’는 말을 해주셨다. ‘기다리는 사람’으로 인지되고 있어서 회사 생활에 나를 금방 얼라인 할 수 있었다.
낯선 것도 분명히 있었다. 우리 팀 프로덕트가 2.0 버전 업데이트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큰 변화의 상황에 놓여 있었고, 팀원 모두가 성공적인 프로덕트 서비스라는 공통된 목표 얼라인이 확실한 상태였다. 목표가 뚜렷한 팀에는 더 적응하기가 쉬웠다. 여전히 목표를 바라보면서 성장해가는 팀으로 남아 있어서 마음에 편했다.
다음으로 나와 일에 대한 얼라인이 필요했다. 휴직 기간 내내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이 ‘돌아가서 어떤 일을 하지’ 였다. 휴직 전에는 코드스테이츠 SEB 과정을 운영하는 챕터의 리더를 맡았다. 복귀하면서 Role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Responsibility는 모두 내려뒀기 때문에 새로움이 필요했다.
나를, 정말 다시 생각해도 감사하게, ‘기다려주신’ 분들 중 몇 분이 함께 일해볼 수 있냐는 제안을 주셨다. 그분들의 제안은 다음과 같았다.
한결님, 지금 들어오는 VoC에 대한 데이터 관리 체계가 없고, 고객을 추적하는 시스템이 없으며, 제공하는 교육 제품의 고도화가 필요합니다.
나는 이 제안을 별다른 고민 없이 승낙했는데, 그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아래와 같다.
- 복직해서 ‘나의 쓸모’가 생긴 사실 자체에 만족한다.
- 새로운 일이었다. VoC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집 > 정리 > 인사이트 도출 > 액션 이라고 하는 업무 사이클을 경험해볼 수 있고, 그런 업무 체계 자체를 내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두 이유 말고도 커리어 교육 제품 개발에 기여할 수 있고, 그 과정마저도 VoC 데이터를 기반할 수 있다는 점이 구미를 당기게 했다. 코드스테이츠에서 1년 훌쩍 넘게 근무해보면서 ‘일에 구미가 당기기 시작’하면 나는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복직하면서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 구미**가 찾아왔다. 그렇게 나는 일과 얼라인 할 수 있었다.
큰 두 가지 얼라인을 이뤄내고 나서는 뒤 돌아보는 것 없이 일에 초집중했다. 그리고 한숨 돌릴 수 있는 시점이 되니 상반기가 끝나고 있었다.
어떤 일을 왜 어떻게 했고, 그래서 어떤 결과를 냈다. 는 형식의 상반기 회고를 적고 싶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회사 동료분들과 점심시간에 나눈 ‘워라밸’과 관련된 대화에서 꺼낸 나의 답변에 담겨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서로에게 ‘일’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하면서 왜 삶과 밸런스를 찾아야 하는지 공유했다. 나는 ‘제가 생각하기에 아직은 일에 집중할 시점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래서 제 삶에 일을 맞추는 게 아니라 일에 저의 삶을 맞추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저는 그냥 일이 즐겁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렇다. 보통은 삶의 개별적인 꼭지에 대해서 왜, 어떻게, 그래서 어떤 결과를 억지로 도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복직하고 일과 회사에 성공적으로 다시 착륙할 수 있게 된 그 상반기의 상황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상반기를 정리하고 일에 대해서 다 이야기하고 나서, 그러고 나서 나를 돌아봤을 때,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다.
최근에 직장 동료분에게 ‘아프리카 한 부족에서는 노인이 죽으면 그 마을의 도서관이 사라진 것이라고 표현한다’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상반기 마지막에 읽은 책 ‘이게 무슨 일이야’에서 우아한형제들의 CEO 범준님은 ‘함께 일했던 10명에게서 당신처럼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과 ‘욕심내서 100명이 나와 일해서 좋았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일하고 싶다는 말을 듣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그래서 나는, 욕심일 수 있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조직과 문화에 없어지면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이 소중한 사람이고 싶고 (마치 도서관처럼),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한결님처럼 일하고 싶고, 한결님과 일하는 것이 좋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던 좋은 상태를 만들어내는 그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상반기 회고를 마무리한다.
_ps. 2022년은 책에 실컷 빠져있다.
– 얼라인 : 영단어 align을 의미하며, 업무적으로는 ‘~을 조정하다. ~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가다’는 의미로 보통 사용된다. 감히 뇌피셜을 부려보자면 우리 회사(=코드스테이츠)에서 실무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업무 용어라고 자부할 수 있다. - 자매품 : 얼라인먼트
구미 : (그냥 궁금해서 검색해봄) (명사) 음식을 먹을 때 입에서 느끼는 맛에 대한 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