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시작부터 나는 휴직을 결심했다. 일과 내 삶이 너무 붙어있었다. 그 둘을 떨어뜨리지 않으면 둘 중 하나는 크게 다칠 것 같다는 판단이 강하게 내려졌다. 2021년 하반기 동료 리뷰에 담긴 주요 키워드도 역시 ‘분리’였다. 그래서 1월의 첫 주, 나는 휴직모드로 들어갔다.
첫 하루 이틀은 ‘쉬는 것이 무엇인지’를 몸 자체에 이해시키는 것에 집중했다. 2021년에는 ‘쉰다’는 키워드가 내 삶에 전혀 없었기에, ‘쉼’에 대한 정의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을 정리하고, 정리된 삶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가장 편하게 열어볼 수 있고, 이미 잘 쓰고 있으면서, 정리나 기록하고 나면 간지가 나는 플랫폼이 필요했다. 직접 개발을 해볼까 싶기도 했지만, 노션의 앱 아이콘을 보자마자 ‘굳이?’ 라는 생각이 커졌다. 그래서 노션으로 삶 관리체계를 만드는게 정해졌다.
노션으로 대시보드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검색을 정말 많이했다. (아마 ‘notion dashboard’라는 키워드로 검색했던 것 같다.) reddit
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름의 대시보드를 구축한 예시를 찾기 좋았다.
그중에서 Red 라고 하는 이름으로 노션 전문 유튜브와 노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노션 템플릿을 무료로 제공해주는 유저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녀의 Tour of My 2022 Notion Dashboard 영상을 보면서 많은 부분을 참고했다.
나는 노션 대시보드를 통해서 ‘온전한 나의 삶’을 꾸준하게 기록하는 목적을 달성하고 싶고, 이 글을 적는 지금도 내가 구축한 대시보드에 만족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아래에서는 대시보드에서 내가 설명하고 싶은 항목별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간단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하루를 주 단위로 가볍게 관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하루 중에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루틴(=습관) 트래킹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한 주를 살아보면서, 내가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일이 있다면 습관 항목으로 만들어서 꾸준하게 관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이 데이터베이스의 핵심이다.
월 ~ 일요일로 구성된 한 주만 체크해주는 Formula 속성을 작성했다. (내 생각에 Formula는 노션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formatDate(prop("날짜"), "W") == formatDate(now(), "W")
매일의 감정을 기록하고, 습관을 체크하며, 한 줄 일기를 작성하는 습관을 만들고 싶었다. (나에 대해서 솔직하게 기록하고 싶었다.) 그래서 각 관리 항목을 속성으로 만들었다.
Select 속성
/ 기록하는 순간에 든 감정을 바로 선택할 수 있게 선택지를 미리 만들어뒀다.Checkbox 속성
/ 루틴이기 때문에 했다 or 안했다 만 관리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여 체크박스를 활용했다. 데이터베이스가 길어지는 것은 싫어서 이모지만 반영했다.Text 속성
/ 말 그대로 하루에 가장 남기고 싶은 한 줄을 적고있다.
대시보드 메인 페이지에서 ‘한 주’ 단위로만 보여지는 연결 데이터베이스(linked database)를 반영했다. 데이터베이스 필터에서 Formula로 설정한 값이 true 인 데이터만 불러오게 설정하면 된다.
주간 트래킹 데이터베이스는 하루를 시작할 때, 특정 습관적인 행동을 했을때, 그리고 자기 직전에만 관리하고 있다. 하루를 아주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 편하게 사용중이다.
하루와 한 주간의 루틴 트래킹으로 ‘소소한 달성’을 이루어 낸다면, 2022년 목표 관리 데이터베이스는 ‘체계적인 달성’을 이루고 싶어서 만들게 되었다.
2021년에는 ‘아 이것도 하고 싶은데’라던지 ‘아 이것도 해야 하는데’와 같은 생각으로만 머문 목표가 제법 있었다. 2022년은 생각으로만 머무는 목표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나만의 목표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든 것도 있다. (개인 OKRs 관리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목표 데이터베이스의 핵심은 ‘연결된 액션의 달성 정도가 어떻게 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가?’ 였다.
목표 데이터베이스의 시작일을 등록하고 1 months
형식으로 예상 소요 기간을 입력하면 예상 종료일을 계산해주는 Formula 속성도 반영해두었다. (정확한 영어만 입력해야 해서 쓸모가 크진 않다.)
dateAdd(prop("시작일"), toNumber(replace(prop("예상 소요 기간"),
"[A-z]", "")), replaceAll(prop("예상 소요 기간"), "[ 0-9]", ""))
목표 달성을 위한 액션 데이터베이스는 위에서 만든 목표 데이터베이스와 ‘연결(=relations)’ 되는 것이 핵심이다.
목표, 액션 관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으로 1주 ~ 1년 정도의 서로 다른 기간에 내가 달성해야 하는 목표의 체계성을 갖췄다는 사실이 가장 뿌듯하다.
이 글을 작성하는 것도 특정 목표의 달성을 위한 세부 액션이었다. 글을 다 작성하면 액션 하나를 완료처리 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2022년에 가장 만들고 싶은 습관은 ‘꾸준한 글쓰기’다. 그래서 노션 대시보드 내부에 들어갈 항목을 정하면서 가장 먼저 그린 체계 역시 ‘글 적고 관리하기’ 였다.
노션 데이터베이스에는 Board View라고 하는 칸반 형식의 멋진 태스크 관리 View가 있다. 글 작성 상태에 따라서 글을 편하게 옮겨다니며 관리할 수 있다.
작성된/중인 글마다 부여된 카테고리별로 모아 볼 수 있는 카테고리 데이터베이스를 따로 만들었다. 카테고리별로 몇 개의 글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Formula도 가볍게 작성했다.
"총 " + format(length(replaceAll(prop("글"), "[^,]", "")) + 1) +
" 개의 글이 " + prop("카테고리") + " 안에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연초에 ‘올해는 n권의 책을 읽는다’ 라는 3일 유효기간도 가지 않는 (보통은..) 계획을 세운다. 나 역시 매년 초에 그랬고, 대부분은 소소한 달성조차도 못했던 것 같다. 독서라는 목표는 ‘미루기’라는 괴랄한 성질을 잘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2년에는 독서 자체를 대시보드로 관리해야겠다 싶었다. ‘n권을 읽자!’라는 뭉실한 목표가 아니라, ‘한 권이라도 관리해서 읽자’였다. 독서 관리 데이터베이스는 글 작성 데이터베이스와 연결성을 가진다.
전체 페이지 대비 현재 내가 읽은 페이지를 계산해서 Progress를 나타낼 수 있는 Formula를 반영했다. 다른 Formula와 다르게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장치를 넣고 싶었다.
if(not empty(prop("총 페이지")) and not empty(prop("현재 페이지")),
slice("❒❒❒❒❒❒❒❒❒❒", 0,floor(10 _ prop("현재 페이지") / prop("총 페이지"))) + " ■ " +
slice("❒❒❒❒❒❒❒❒❒❒", 0, 10 - floor(10 _ prop("현재 페이지") / prop("총 페이지"))) + " " +
format(floor(100 \* prop("현재 페이지") / prop("총 페이지"))) + "%", "")
읽기 시작한 날과 다 읽은 날을 기록하여, 특정 카테고리의 책에 대한 완독 기간이 어떻게 되는지 계산해주는 Formula도 반영했다. 기간을 기록할 수 있으면, 그 기간동안 독서를 방해한, 독서를 촉진시킨 요소가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겠다 싶었다.
format(if(not empty(prop("다 읽은 날")), dateBetween(prop("다 읽은 날"),
prop("읽기 시작한 날"), "days"), toNumber("")) + 1) + " 일"
템플릿에는 없지만, 현재 내가 사용하고 있는 대시보드에는 Book Mark를 추가하는 템플릿 버튼을 넣어뒀다. 나는 독서를 하면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 문단을 필사하는 습관이 있다. 메모장에만 남겨두기는 좀 그런 거 같고, 독후감을 적을때 북마크를 넣으면 간지날 것 같아서 만들어뒀다.
대시보드 전체를 구상하고, 각각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메인 페이지에서 모아내는 작업은 하루를 꼬박 소모하게 만들었다. 휴직 기간 첫 주, 내 가슴을 뛰게 만든 첫번째 일이었다. 다시 일하러 가고 싶게 만들거나, 내 정신을 힘들게 만드는 그런 뜀박질이 아니었다.
현재 내가 사용하고 있는 대시보드의 모습은 아래와 같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를 위한 계획을 짜고, 루틴을 체크하고, 책 내용을 기록하며 마지막으로 하루의 한 줄을 남기고 마무리한다. 이 과정을 만든 것이 나에게는 너무 소중하고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는데에 많은 도움을 주리라 믿고 있다.
내가 위에서 간략하게 기록한 각각의 데이터베이스가 포함된 노션 대시보드 템플릿을 만들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래의 북마크(🥷)를 이용해서 편하게 개인 노션 계정에 복제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