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움직인 문장들과 시프트라는 책을 읽고

블로그 목차

• 나를 움직인 문장들
•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

나를 움직인 문장들 ✍️

나를 움직인 문장들은 광고기획사 TBWA의 카피라이터인 ‘오하림’님의 작품이다. 작가분이 업무를 하면서, 그리고 업무의 외부에서 관찰하여 얻은 문장들을 잘 엮은 에세이 형식의 책이다. 같은 회사의 유병옥 카피라이터님의 글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데, 오하림님의 기록과 문장을 읽고 속에서 간질간질 거림을 느꼈다. 그 간질거림이 엄청 강력한 나비의 날개짓은 아니지만 사소한 보통의 일상을 흔들기에는 충분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서사가 있는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글에서 소개되었던 문장들 중 내가 기억하고 다시 돌아보고 싶어서 마크한 몇몇가지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블로그를 작성한다. 문장과 그 문장을 통해 내가 느낀점을 기록한다.

p.15) 당장 자기 생각을 술술 펼쳐 놓을 용기는 부족하지만, 할 말을 고르고 고른 뒤 답을 내놓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알아봐 준 기분이었다. 스피커의 방향만 다르다 뿐이지 우리 같은 사람이 속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나도 ‘나를 돌아볼 때’ 위의 문장과 같은 생각을 많이 했었다. 내 속에서는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현실의 스피커는 닫혀있는 형국인. 아마 코로나 시국이 되고 나서, 그리고 20대에게 유독 추운 취업 시장을 겪어서 그런지 나를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습관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생긴 것 같다.

p.27) 대세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나만의 방향을 만드는 힘. 내 세계를 스스로 구축하는 뿌듯함. 좋은 것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다는 기쁨. 취향이 있는 사람에겐 이런 주체적인 기쁨이 쌓인다.

취향을 내가 스스로 구축하는 세계라고 표현하는 구절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책에 마킹했다. 그 세계를 구축하면서 쌓이는 주체적인 기쁨이라니. 너무 명확하게 받아들여지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이다. 🌹

p.80) 선물이 나에게 오기까지 그 사람이 겪었던 여정 자체가 선물이다.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꽃을 선물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에피소드였다. 남자가 여자에게 꽃을 선물하는 선택을 하기까지의 과정들 자체가 한 여성에게는 선물일 수 있다는 의미다. 정말 공감이 되는 문장이었다. 나도 몇 번 꽃을 선물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받는 사람이 얼마나 기뻐할까? 꽃들의 색 조합은 잘 어울리나? 꽃다발을 감싸고 있는 포장지는 느낌이 있는가? 하면서 계속 질문을 던졌었다. 아마 이 관심의 과정 자체가 받는 사람에게는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p.116) 우리는 언제나 옳을 수 없고, 타인은 언제나 틀리지 않기 때문에 충돌을 겪으며 생각은 변화한다.

업무적으로 다른 사람과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요즘의 나에게 가장 와닿는 문장이었다. ‘나는 언제나 틀릴 수 있고, 타인이 언제나 틀린 것은 아니다.’ 이 문장을 모든 커뮤니케이션 전과 중간과 후에 각인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문장을 소개하면서 ‘나를 움직인 문장들’의 읽고 난 소감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어쩌면 우리의 취향은 우연의 횟수로 만들어진다.
어렸을 때 우연히 들은 노래에서 언젠가의 여행지를 정해 놓기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접한 멋진 직업을 부모님 몰래 장래희망으로 삼기도 하고, 몇 권의 소설을 보며 좋아하는 장르가 서서히 만들어지기도 하니까.”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

미국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주목받는 한국인 디자이너 ‘이상인’님이 작성한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다. 브런치에서 우연하게 이상인님의 글을 읽었다. 그리고 가장 하단에 조그맣게 적혀있는 출간 내용을 보고 꼭 읽고 싶다고 기록을 했었다. 2020년 초였던 것 같다. 그리고 2021년이 된 1월 지금에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아주 좋았다.

소설가는 문장을 모으는 직업이라고 김영하 작가님이 말하는 ‘알쓴신잡’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그리고 이상인님이 말하는 디자인은 ‘사람은 향하는 것’이고 디자이너는 ‘그 과정의 점들을 하나의 선을 잘 잇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 직업과 그 직업이 하는 일을 문장으로 정의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래서 ‘어 정말 그럴 수 있겠다’라고 누군가 말하면 꼭 기록하는 편이다.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기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특히 좋았던 몇가지 내용을 기록한다.

디자인의 3요소로 본 디자인, 사용자 경험, 생태계 그리고 애플

디자인의 역할은 시작과 끝을 연결하는 ‘선’을 잇는 것이다. 이 선은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시작점에서 어떤 길을 갈 지 하나하나 선택하면서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점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시작과 도달하는 점을 이은 선은 직선일 수도 있고 굽이가 치는 곡선일 수도 있다. 시작과 끝이 맞닿은 원을 그릴 수도 있다.

선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하는 단편적인 개념이 아니다. 총체적으로 선을 잇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어떻게’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쌓여가는 수많은 선들은 결국 하나의 ‘면’에 도달한다. 우리는 이렇게 도달한 ‘면’을 생태계라고 한다.

애플의 끊임없는 운영체제 업데이트, 앱스토어에 쏟아지는 셀 수 없이 많은 애플리케이션, 유튜브로 제공되는 마케팅 캠페인은 애플이 그은 선이다. 그리고 애플의 선이 만든 생태계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하는 헤게모니를 구축한다.

점,선,면이라고 하는 디자인의 3요소로 디자인 자체를 설명하는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것에 대해 정리된 글을 읽으면서 스티브 잡스의 그 유명한 연설이 떠올랐다. “connecting the dots” 점들을 연결하라.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왜’라는 조각들에 명확한 방향성을 붙여가면서 실행하는 과정을 스티브 잡스도 강조했었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인간을 향해야 하기 때문에 그 조각들을 선으로 잘 잇고 면으로 만들어내어 인간에게 보여질 수 있도록 처리되어야 한다.

‘나를 움직인 문장들’과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를 읽으면서 나는 ‘문장’에 집중했다. 간결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게 적힌 문장들이 너무 부러웠다. 그래서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기록해야겠다는 결론을 맺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읽은 문장들도 내가 적는 문장에 선을 잇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쌓인 선들로 면을 만들어서 세상에 나를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길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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